싸운 뒤, 연락없는 남자 기다리는 여자...

2015. 12. 11. 17:49


어제 밤 여자친구와 싸웠다. 그것도 대판. 입술에서 시작해 손가락질까지 간 이 싸움 때문에 여자친구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오랫만에 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도로방지턱을 넘었지만, 지금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는 정도다. 싸움만큼이나 서로가 서로에게 던지는 말도 무던해지기 마련이다. 몇 번의 연애와 수십번의 다툼을 견디가 보니, 연애전쟁에 대한 나름대로의 키워드가 생긴다. 나는 칼로 물베기라는 말처럼 사랑싸움의 지분은 서로 반반 (50:50)이란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 그 50대 50이 싸우는 순간에는 절대로 50대 50이 될 수 없고 100대 0이 될뿐이다. 남자친구가 '망할 놈'이 되고 여자친구가 '뭐 저런 x'이 되는 순간이다. 어제까지 물고 빨고 하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원수가 된다. 어제 밤 나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그녀는 화를 삭히지 못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향해 레이저를 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 확실하다. 



사랑싸움 4차전 

1차전 : 말다툼

"오빠 잘못이야!"
"내가 뭘?"
"몰라서 물어?"
"어"
"한 번 혼자 잘 생각해봐 어디"
"뭐?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냐. 이유를 알았으면 처음부터 안싸웠겠지!"

2차전 : 쏘는 자와 듣는 자

"뭐라고 말을 해봐!"
"...."
"입이 없어?"
"..."
"말을 해보라고!"
"에이 씨!" (쾅!)

3차전 : 연락없는 남자 기다리는 여자

대게 여자는 더 많은 단어를 내뱉음으로써 화를 삭히려 한다. 반대로 남자는 자리를 피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대명사로 연락없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3차전은 기승전결에서 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기다리는 여자가 때론 화를 참지못해 카톡으로 다시 싸우는 경우가 많다. 이땐 무조건 큰싸움이 된다.

4차전 : 화해

"미안하다, 아깐 내가 화가나서 안해야될 말을 한 것 같다."
"아니야. 나도 미안했어."



클리셰중에 클리쉐인 4가지 단계다. 이 중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3단계다. 여자는 단어를 뱉음으로써, 남자는 혼자만의 사색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런데 감정을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화해모드는 만들지 않는 게 좋다. 하프타임을 잘 활용해 감정을 추스려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투고 난 뒤, 빠른 시간안에 화해하는 경우 '이런 단점은 있지만 이게 너무 좋으니까 내가 참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작은 불씨로 시작된 싸움이라도 큰불로 쉽게 번지는 게 연애다. 이 때 내가 상대방에게 매기는 최고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무엇인가? 재물인가 외모인가 성격인가 인성인가? 그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일 경우도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예를들어, 정말 예쁜 여자나 잘생긴 남자와 외모만 보고 연애를 시작했는데, 좋지 않은 습관으로 인해 싸웠다. 예쁘니까, 잘생겼으니까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모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단점은 그 자리에 있거나 더 커질 위험도가 높다. 꾸준히 힘든 상황을 예약하는 일이다. 


희생은 나쁜 것

조금 전, 싸운 여자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내가 지켜줬으면 하는 점, 나랑 있으면서 불편했던 점을 모조리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희생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희생없이 어떻게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 인생의 시간과 노력을 그녀와 함께 만드는 가정을 위해 쓰는 것, 이것도 희생이지만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같이 힘드니 이건 희생이라기보다는 협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희생은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다. 
그런데 상대방의 습관이나 버릇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그걸 바꾸길 바라지 말자. 다시 태어나는 게 더 빠를수도 있다. 여자친구에게 그런 메세지를 보낸 이유도 그것이다. 답장이 되돌아 왔을 때, 불편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게 있다면? 나는 터치하지 않기 위해 조심할 것이다. 여자친구는 개코다. 다이나믹 듀오는 아니고, 냄새를 엄청 잘 맡는다. 이런 재미없는 개그처럼 내가 만든 음식에 해산물 냄새가 나면 냉랭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언젠가부터 나는 콜레스테롤 넘치는 음식은 멀리하게 되었고, 짜거나 단음식도 멀리하게 되었으며, 해산물은 마트에서 스쳐지나가며 인사하는 게 전부였다. 딴에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희생하다보니 지친다. 쌓인다. 생각을 바꿨다. 존중해주되 고치려 하지말자 라고.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같이먹고, 따로 먹어야 할 음식이 있으면 따로 먹으면 된다. 가장 쉬운길이 있었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야 한다


일본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이 많다. 그리고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는 더 많다. 크게 아래의 두 반응으로 나뉘게 되는데

- 결혼하면 내가 없다고 생각해라
- 문화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 주위에 잘사는 국제결혼 케이스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모두 듣고 끄덕거리는 척도 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런 개소리에 집중하지 말기를. 사랑위에 정해진 룰따윈 없다. '남들'이라는 글자에 묶여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면 헤어지게 되어있다. 물고 빨고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다가 결혼을 앞둔 커플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궁합이 안맞다는 이유로 헤어졌다. 아이러니한 이런 실화를 볼 때면 정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진부한 노래제목이 떠오른다. 습관이나 식성, 문화차이가 안맞으면 힘들다. 졸라 힘들다. 그런데 내 입맛이나 상대방의 입맛에 맞추는 일은 이제 하지 않는다. 법륜스님의 말처럼 희생은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이나 버릇 역시 마찬가지다. 뜯어고친다? 우리아이가 달라지듯이 내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막 변할거란 생각'은 말자. 연애하며 무서웠던 단어가 있는데 '길들여진다'는 말이다.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나를 따라와주길 바랬던 게 과거의 연애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다. 나도 그녀도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부부기 전에 인간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까.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습관이나 습성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말자. 인정하는 힘부터 키우자. 배려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배려가 '견딤'이라면, 이해는 '바라봄'이다. 이해해야 비울 수 있고 바라지 않을 수 있다. 나와 정반대라도, 그럼에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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